
2008년 5월 29일 진중권씨 강연
오늘 어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장관고시 되었다고 하죠. 그리고 여전히 연일 심야 촛불집회가 연일 열리고 있는 상황입니다. 6월 부터는 신촌 대학가 총학생회를 포함한 여러 대학생들이 행동을 개시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습니다.
100분 토론 등에 나오셔서
까야할 것은 시원시원하게 까버리시는 진중권씨에게 흥미가 동해서, 강연을 듣기로 마음먹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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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대 구조를 잘 몰라서 해메이다가 6시 약간 넘으려는 시점에 강의실을 찾아갔습니다. 100여석 있는 강의실인데 자리는 꽉 차고 빽빽하게 뒤쪽으로 서있는 분이 꽤 많더군요. 저도 오른쪽에서 서서 들었습니다.
반팔 남방에 청바지의 캐쥬얼 차림으로 강단에 서신 모습은 인상적이더군요. 제목이 디지털 시대의 진보인데, 요즘의 촛불시위를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분석해야 한다는 내용이 주요 골자로, 이명박'씨'를 비롯해 한나라당, 통합민주당, 민주노동당까지 거세게 비판하시더군요.
일단 광우병으로 불거진 촛불시위는 운동권인 자기들로서도 참 신기한 현상이라며 말문을 트시더군요. 소위 보수 세력들이 비판하는 '배후론'에 대해서, 기존의 대립각인 운동권이 아니라 다음카페 등을 기반으로 한 네티즌에 의해 시작된 운동이기에, 자신은 진보신당이자 운동권 인사로서 '참여'하지만, 학자로서 '연구'하고 싶은 현상이다 라고 말을 하셨습니다.
국민들의 정치적 무관심이 심화되기만 하는 줄 알았는데, 아기 엄마, 교복입은 중고생 등 폭넓은 참여가 이루어지고 있는 현 상황은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물결이라는거죠. 총선까지 절대적 지지를 얻은 한나라당이었는데, 그 후 급물살을 타기 시작한 이명박 정부의 국민 의사에 반하는 정책들에 의해 이런 상황을 자초한 것이다, 현 촛불 시위는 비단 소고기만의 문제가 아닌 이명박 정부의 전근대적인 사고와 아마추어적인 리더쉽, 경제에 도움도 되지 못하는 기업인의 마인드라고 강력히 비판하시더군요.
일단, 촛불집회 자체가 불법이라고 하다가 가두 시위만 불법이라고 점점 입장을 바꾸면서, 100여명 잡아들여서 '배후' 조사를 하다 여의치 않음에도 기소하는 상황을 70, 80년대 군사 정권식 사고 방식이라고 비꼬았습니다. 지금의 운동은 분명, 좌익, 운동권에서 주도해서 벌어지는 일이 아닙니다. 유언비어와 선동에 낚여 무지몽매한 사람들이 뛰쳐나온 것처럼 국민의 지성과 자질을 의심하는 듯한 현 정권의 대처는 전근대적인 사고방식, 민주주의의 후퇴이고, 그동안 민주주의에 대한 걱정을 안하던 국민들이 권리가 침해되자 더더욱 분노하는 상황이라고 하셨죠.
이명박 정부에 대해선, 현 정책의 기조가 '경제'가 아니라 '경기' 부양책에 지나지 않음에도, 목표한 7%는 커녕 5% 경제 성장도 어려운 상황이 된 이유를 조목조목 짚으셨습니다. 원-달러 환율이 떨어져야 함에도 오르는 것, 금리를 조정하려다가 한국은행의 반대에 부딪혔던 연초의 사건들은, 일시적으로 경제 지표의 숫자가 많아보이게 하려는 근시안적 사고 방식에 기인했다고 분석하신 것과, 과도한 민영화 정책에 대해서 기업은 돈을 벌어야하지만 정부는 돈을 쓰면서 공익을 추구해야 한다는 말씀은 절대적으로 공감하는 바입니다. 저는 경영학원론을 가르치시는 신용수 교수님께서 강조하시는 노무현 정권에서의 공기업의 지나친 확장과 경쟁 마인드가 없는 공무원/공기업 사원들의 태도에 대한 비판에 대해 상당 부분 찬성하고, 이명박 정부가 이것을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요즘 내놓는 정책들을 보면 경쟁력을 키우는 민영화 정책이 아니라 국민 생존권을 위협하는 민영화 정책이죠. 종합하여 자신은 CEO이므로 아래에 있는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내 판단에 따라 개조해야하며, 정부의 운영도 경제 논리에만 입각해서 다른 권리들은 무시해도 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이명박이다라는 이명박에 대한 분석은 일련은 사태를 바라보면서 대통령과 청와대가 왜 저런짓을 할까 답답하던 저에게 좋은 해답지가 된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만 비판한 것이 아닌, 진보 진영에서의 자성의 필요성도 역설하셨습니다. 화염병과 곤봉으로 투쟁하는 진보의 시대는 지났다. 우리도 아직 의식이 여기에 머물러있지만, 이젠 디지털 시대에 맞는 진보로서의 모습을 갖추어야 한다는 거였죠. 다음 아고라와 아프리카 시위 생중계 등의 운동을 보면서, 자신이 처음에 느낌 생소함과 당혹감을 감추지 않으시면서, 이미 국민들의 의식이 먼저 앞서가고 있는 상황이라는 분석은 참 매력적이면서도 설득력 있는 주장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론 현재 여러 정당의 문제점을 비판하면서 진보신당의 지지를 호소하셨습니다. 특히 민노당의 친북노선 파벌의 득세에 대해서 일침을 놓으시더군요. 총선 21일 남기고 창당하고 아직 기반이란 것이 전무한 당이지만, 자신의 생각에는 유일한 대안이 될 수 있는 당이며, 그만큼 노력하실 거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저로서는 확실한 '인물'이 없는 한 지지 의사를 밝힐 생각은 없습니다만, 노회찬씨 같은 분이 대표로 계시고 진중권씨 같은 분이 힘을 싣기에 호감이 가는 것은 사실이네요.
냉방이 안되는 강의실에 서서 보려니 힘들어서 강연 끝나고 질의시간 전에 나와버렸습니다. 며칠 전에 성대에서 강연하신 영상과 글을 보니, 진보신당 지지 학생들이 기회를 마련하여 5월 내내 각 대학가를 다 돌고 계시다고 하는군요. 오늘도 새벽까지 시위 현장에서 생중계를 하며 너무도 바쁜 삶을 살고 계신 진중권씨. 앞으로도 한동안은 계속 바쁘실 것 같습니다. 원래 하루라도 까이지 않으면 입에 가시가 돋는다고 하시던데, 계속 시원시원한 목소리로 앞에 서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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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어제 강의 들었는데요, 내용 정리를 잘하셨네요. 출처 확실히 밝히고 퍼 갈께요.
그러잖아도 이해력이 떨어지는데 강의실이 찜통이라서 제대로 적기나 했는지 모르겠네요. 부끄러운 글입니다.
출처만 밝혀주신다면 퍼가시는 건 대환영~!